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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온아의 기록
올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 "깊은 강"을 읽고 본문
1996년 폐렴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기 전, 작가의 뜻에 따라 책 '침묵'과 '깊은 강' 두 책이 엔도 슈사쿠 관 속에 넣어졌다. 어떤 책이고, 얼만큼의 애정을 담은 작품이기에 관 속에 같이 묻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나는 두 권의 책 중 저자가 투병 생활을 이어가며 마지막으로 쓴 장편 소설 '깊은 강'을 먼저 읽었다.
'깊은 강'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의미가 담긴 책일까 상상했다. 그 때 논어에서 나온 구절이 생각났다.
자재천상왈 서자여사부 불사주야(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공자가 강가에서 말했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고, 오면 결국 떠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영원히 쉬지 않고 운행하는 것이 우주의 본질이라면 공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강가川上에서 했을가요?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면 결국 쉬지 않는 변화의 물결을 볼 수 있습니다. 도도히 흘러가는逝 강물, 밤낮晝夜을 쉬지舍 않고 흐르는 강물 속에서 변화의 영원함을 본 것입니다.
- 1일 1강 논어 강독(박재희 지음) 8장 정치 393p
내가 읽었던 논어 강독에선 정치 쪽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변화의 영원함"이란 단어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변화의 물결과 변화의 영원함을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1장 이소베의 경우 17p
진실을 말 못 한 채, 오늘도 병원을 떠나오네
불현듯 잠이 깨어, 아내 없는 여생을 생각하네
이것은 그 무렵, 전차를 기다리는 동안 플랫폼 벤치 같은데서 수첩에 끄적거린 이소베의 서툰 시구이다.
이소베는 이 세상 어딘가에 다시 태어날 거라는 아내의 말로 인도로 떠난 인물이다.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서 바뀐 일상과 그의 생각의 변화가 책에 나타난다.
3장 미쓰코의 경우 86p
미쓰코는 테레즈를 어둠의 숲속으로 데려가는 소설 속 기차가 모리아크의 창작임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테레즈는 현실 속 어둠의 숲을 지나간 게 아니라, 마음 깊숙이 어둠을 더듬은 것이다. 그랬구나.
그랬구나, 하고 깨단을 미쓰코는 파리에 남편을 남겨 둔 채 이런 시골을 애써 찾아온 것도, 실은 자신의 마음속 어둠을 더듬어 찾기 위해서였음을 알아차렸다.
미쓰코는 이소베의 아내를 병간호한 자원봉사자인데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사랑이나 절대적인 것을 믿지 못하는 여자로 느껴졌으며 '오쓰'를 알 수 없는 어떠한 이유로 계속 찾고자 한다. 나는 미쓰코가 내면의 평화, 불안정한 느낌을 갖은 적이 없는데 오쓰는 무언가 단단하다고 느껴 그게 무엇인지 찾고자 했던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미쓰코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한 건 그녀가 계속 말한 책 '테레즈 데케루' 때문이었다.
저자 엔도 슈사쿠가 테레즈 데케루 소설에 매우 감명 받아 미쓰코라는 인물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책으로 읽고 싶었으나 구할 수가 없어서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테레즈 데케루'를 시청했다. wavve에서 1,000원으로 2일 동안 대여했다. 영화는 '모든 걸 파멸시켜서라도 자유를 갈망했던 한 여자'로 줄거리를 설명한다. 하지만 미쓰코는 '자유'를 갈망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자유롭고 여유로웠던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쓰코가 주인공 테레즈를 계속 말하는 건 '마음속 어둠'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어둠은 어디로부터 시작된 거고 어둠을 밝힐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다만, 영화에서는 어둠의 숲속으로 데려가는 장면이 없어 아쉬웠다.
4장 누마다의 경우 121p
"하, 하, 하, 하."
구관조가 웃음소리를 냈다. 그것은 겁쟁이인 그를 조소하는 웃음 같기도 하고, 격려하는 웃음 같기도 했다. 누마다는 병실의 전등을 끄고, 지나온 인생에서 진정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결국 개나 새뿐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神)이 무언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인간이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대상을 신이라 한다면, 누마다에게 신은 때때로 검둥이이거나 코뿔소새이거나 이 구관조였다.
6장 강변 동네 172p
그때 미쓰코는 식사 접시를 쟁반 위에 담아 치우고 있었다. 마음 깊숙이 어딘가 늘 욱신거리고 뭔가를 때려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이때 자극받았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감상적인 애정이 거추장스러웠다.
"다시 태어난다고요? 전 잘 모르겠어요." 미쓰코는 그때 한마디 한마디를 끊어 가며 마음속으로 천천히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죽으면 모든 게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쪽이 마음 편해요. 온갖 과거를 짊어지고 다음 세상에서 살기보다는."
이소베 아내의 얼굴이 일그러지던 것도 기억한다.
행동과 마음이 다른 미쓰코도, 가끔 속마음이 튀어나와 톡쏘는 말을 하는 미쓰코를 보면서 '페르소나'에 대해 생각했다.
7장 여신 210p~211p
"이제 하나만 더." 에나미가 제지하며, "제가 좋아하는 여신상을 봐 주세요."
그는 1미터도 채 안 되는 수목 같은 것을 가리켰다.
"불빛이 어두우니까 가까이 다가오세요. 이 여신은 차문다라고 합니다. 차문다는 묘지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발치엔 새한테 쪼아 먹히거나 자칼한테 잡아먹힌 인간의 시체가 있는 거지요."
에나미의 커다란 땀방울이 마치 눈물처럼, 군데군데 촛불의 잔해가 남아 있는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그녀의 젖가슴은 이미 노파처럼 쭈글쭈글합니다. 하지만 그 쭈그러든 젖가슴에서 젖을 내어 줄지어 있는 아이들한테 나눠 줍니다. 그녀의 오른발이 문둥병으로 짓물러 있는 걸 알아보시겠습니까? 배도 허기 때문에 움푹 꺼질 대로 꺼졌고, 게다가 그걸 전갈이 물어뜯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런 병고와 아픔을 견디면서도, 쭈그러든 젖가슴으로 인간에게 젖을 주고 있습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붙임성 있게 농담을 던지던 에나미가 이 때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의 뺨을 흘러내리는 땀은 마치 눈물인 양 보였다. 미쓰코도 누마다도 기구치도 이소베도 얼떨떨해지는 동시에 이 남자가 뒤틀린 뿌리 같은 이 여신상에 어떤 상념을 갖고 있는지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강'이라는 건 인도의 갠지스강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인물들은 인도로 각자의 목적에 따라 여행을 떠나는데 갠지스강이 주된 배경을 이루기 때문이다. 인도에 위치한 갠지스강은 종교적인 개념으로 성스로운 곳이면서 위생적인 측면에서 걱정이 많은 곳이다. 하지만 위생적인 개념, 혹은 나의 시선을 잠시 거둔 상태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맞다. 비록 나 또한 책을 읽지 않거나, 인도와 종교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책의 인물 중 '산조 부부'처럼 실제로 그 광경을 보면 시선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인도는 힌두교를 믿는 국가다. 힌두교가 어렵게 느껴져 책을 읽고 나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했다. EBS의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책의 배경을 볼 수 있었다.
화장을 시작하기 전 가족이 시신 주위흘 5바퀴 도는데 사람이 5가지 원소(흙, 물, 불, 공기, 공간)로 이루어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EBS 세계테마기행 中
힌두교는 쉽게 생각해서 인도의 종교라고 생각하면 된다. ‘힌두’의 뜻 자체가 ‘인도’와 어원이 같다. 인도와 그 주변 국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신도 수만 고려했을 때는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에 이어서 세 번째로 크다. 베다 철학과 인도의 민간신앙이 섞여 있는 형태를 띠는데, 창시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교조나 체계를 가진 것도 아니라서 다양하고 복잡한 특성을 보인다.
-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현실 너머 편 303p
7장 여신 222p
마을 사람들이 그 공장을 고소한 것은, 질병의 원인을 만드는 폐수를 흘려 보낸 것만이 아니라 조상이나 돌아가신 부모님, 친척, 형제가 물고기가 되어 살고, 이윽고 그들도 거기서 다시 태어날 다음 세상을 파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세상 따위를 믿지 않는 저널리즘이 그런 것보다는 환경 파괴나 질병 쪽에 중점을 두어 보도한 사실도 누마다는 동화에 끼워 넣고 싶었다.
8장 잃어버린 것을 찾아서 245p
"똑같은 인간인데." 참다못한 누마다가 울먹이다시피 말했다. "이 사람들도······ 똑같은 인간인데."
미쓰코는 응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관광객인 우리가 무얼 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목소리가 마음 깊숙이에서 들려온다. 산조나 누마나 같은 값싼 동정은 미쓰코를 안절부절못하게 한다. 사랑의 흉내 짓은 더 이상 원치 않았다. 진정한 사랑만을 원했다.
10장 오쓰의 경우 281p
"그 후로 양파는 그들 마음속에 계속 살았습니다. 양파는 죽었습니다. 그러나 제자들 속에 환생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미쓰코가 강한 목소리로 어깃장을 놓았다. "딴 세계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에요."
"딴 세계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세요, 양파는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제 안에도 살아 있으니까요."
12장 환생 296p
대립이나 증오는 나라와 나라뿐만 아니라, 상이한 종교 간에도 이어진다. 종교의 차이가 어제, 여성 수상의 죽음을 낳았다. 사람은 사랑보다도 증오에 의해 맺어진다. 인간의 연대는 사랑이 아니라 공통의 적을 만듦으로써 가능해진다. 어느 나라건 어느 종교건 오랫동안 그렇게 지속되어 왔다. 그 속에서 오쓰 같은 피에로가 양파의 원숭이 흉내를 내고, 결국은 쫓겨난다.
인물들은 여행 중 인디라 간디의 암살 피살 사건을 뉴스로 접한다. 이 사건을 실제 있었던 일로 인디라 간디는 인도의 제3대 총리로 1984년 10월 31일에 시크교도에 의해 피살됐다. 이것으로 '깊은 강'은 1993년 간행된 책으로 작가가 사건을 통해 대립과 증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 것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12장 환생 303p~304p
"내가 생각한 건······ 불교에서 말하는 선악불이(善惡不二)로, 인간이 하는 일에는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꾸로 어떤 악행에도 구원의 씨앗이 깃들어 있다. 무슨 일이건 선과 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서, 그걸 칼로 베어 내듯 나누어선 안 된다. 분별해선 안 된다. 견딜 수 없는 굶주림에 져서 인육을 입에 넣어 버린 내 전우는 거기에 짓눌려 헤어 나오지 못했지만, 가스통 씨는 그런 지옥세계에도 신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어요. 잘난 척하는 것같은데, 전우가 죽고 나서 난 이 말을 곱씹고 또 곱씹으며 살아왔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작가에 '침묵'을 안 읽을 수 없겠다라고 생각해 바로 읽기 시작했다. '깊은 강'은 인도와 갠지스강을 통해 각 개인의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말했다면 '침묵'은 개인과 국가, 종교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깊은 강'이 더 좋았다. 한 사람 인물마다 생각하는 것과 상황을 헤쳐나가는 점이 모두 와닿았고 책 문장 하나 하나 작가가 고민하며 적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올해 나에게 많은 생각을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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