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정세랑 에세이
- 언츠필드 와인
- 가즈오 이시구로
- 주린이 추천도서
- 육회 레드와인 추천
- 인생소설
- 도서리뷰
- e-Book 추천
- 가성비 와인 추천
- 밀리 에디터 클럽
- 불안 해결법
- 언츠필드 싱글빈야드 피노누와
- 프랑스 와인
- 파트리크 쥐스킨트
- 밀리의 서재
- 이탈리아 와인
- 베스트셀러
- 독서기록
- esg란
- 싱가포르 여행
- 싱가포르 호텔 추천
- 불안 북리뷰
- 스파클링 와인 추천
- 언츠필드 싱글빈야드 피노누와 정보
- 자기계발서 추천
- 동탄맛집
- 소설 추천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매기스 플랜 주인공
- 독후감
- Today
- Total
화온아의 기록
해가 저한테 아주 친절했어요.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 본문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이 작가의 가장 최신작인 "클라라와 태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인생책이라고 불려지는 이 책이 궁금했다.
"클라라와 태양"은 AF(Artificial Friend) 클라라가 조시라는 여자아이를 돌보는 일이 주된 내용이다. 6부로 나누어져 있다. 특정 제목이 있진 않았으나 1부~6부의 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멋대로 주요 내용) 1부 : 클라라와 조시의 만남 2부 : 조시의 AF가 된 크라라 3부 : 조시의 건강을 위해 태양을 찾아간 클라라 4부 : 조시 엄마의 계획 그리고 릭의 도전 5부 : 건강이 나빠진 조시와 그걸 지켜보는 인물들 6부 : 역할이 끝난 클라라 |
여기서 조시는 엄마의 선택으로 '향상'된 아이였고, 조시의 가장 친한 친구는 릭은 엄마가 '향상'을 선택하지 않은 아이로 나온다. 향상은 유전자조작으로 더 능력이 높은 걸 뜻하는 것 같다. 소설의 배경에서는 '향상'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자연스럽고 이상하지 않으며 대학 입시에서도 '향상'된 아이들이 많이 입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부 / 134p
"보여 줄게." 조시가 말하고 상자의 내용물을 쏟았다. 다양한 크기의 사진이 러그 위에 쏟아졌다. 앞면이 보이는 것도 있고 뒤집힌 것도 있었다. 나는 이게 조시의 지난날에서 조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들이라는 걸 알았다.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꺼내 보고 기운을 북돋으려고 침대 가까이에 두었을 것이다. 이미지들이 서로 겹쳐 있었지만 대부분 조시 어릴 때의 모습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떤 사진에서는 조시가 어머니와 같이 있었고 가정부 멜라니아와 같이 있는 것도 있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도 있었다.
사진은 추억을 이미지로 남기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나오는 표현이 좋았다. 우리들도 사진첩이나 SNS에 좋았고, 즐겁고, 의미 있는 순간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 저장한다. 그리고 다시 꺼내 볼 때 '이때 재밌었는데'라고 추억한다.
3부 / 193p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 친구 한두 명이야 누구나 있지. 하지만 너희 어머니는 사회가 없잖아. 우리 엄마도 친구는 별로 없어. 하지만 사회는 있어.:
"사회? 옛날 말처럼 들린다. 무슨 뜻이야?"
"네가 어디 상점에 들어가거나 택시에 타면 사람들이 중요하게 취급한다는 뜻이야. 제대로 대접한다고. 사회가 있는 건 그래서 중요해. 알겠니?"
이미 아이들도 친구보다는 사회가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씁쓸했다. 그리고 문득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아파트, 동네로 친구들을 파악한다는 몇 년 전 뉴스기사가 떠올랐다.
5부 / 281p
"왜 그럴 거라고 확신하지? 그래, 생각을 바꾸기 힘든 건 알아. 난 그저 좀 더 깊이 생각해보라는 거야. 새로운 관점에서 보라고."
"새로운 관점? 그러지 자, 폴. 이렇게 된 게 잘된 일이라고는 하지 마. 당신 그 능력. 경험 다 어쩌고."
"정말? 난 '대체'가 나한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거기에서 벗어났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당신은 최고였잖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전문 기술도 있고. 그런 사람이 이렇게 놀고 있는 게 어떻게 좋은 일이야?"
"크리시, 그 일에 대해 당신이 나보다 더 열 내는 거 알아? 대체 덕에 나는 세상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됐어. 그래서 뭐가 중요하고 뭐가 그렇지 않은지 구분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사는 데는 나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다들 같은 과정을 거쳐서 오게 됐고, 나보다 더 대단한 경력이 있는 사람도 있어. 다들 같은 생각이고 나도 우리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는 생각 안 해. 그때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
인간의 노동력이 '대체'된 사회에서 대량의 실업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서 폴은 세상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보게 됐고 본인한테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가한다고 나온다. '대체'가 무기력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폴의 주체적인 의지가 느껴졌다.
4부 / 320p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네 그럼요"
클라라는 인간의 마음을 믿는다. 그리고 조시의 엄마인 크리시도 어렴풋이 인간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고 부정하는 사람 같다. 나는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일 뿐 AI가 대체하고 학습해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리고 최근 영어 필사에서 본 내용이 이 대답에 적합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No one has the perfect combination of your history, personailty, and perspective. That's tremendously valuable. No one can copy or reproduce who you are.
(당신이 과거에 겪었던 일들, 성격,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들의 완벽한 조합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누구도 당신의 모습을 모방하거나 재현할 수 없습니다.)
- 영어 필사 100일의 기적(퍼포먼스 코치 리아 지음) 中-
6부 / 441p
"저는 조시를 배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래야만 했다면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잘되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릭, 가정부 멜라니아, 아버지. 그 사람들이 가슴속에서 조시에 느끼는 감정에는 다가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그걸 확실하게 알아요."
"그래, 클라라. 일이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니 다행이다."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에게 계속 찾고 찾아봤지만 그런 것은 없더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결정한 대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나는 클라라가 확실히 알게 된 내용을 '나를 완성하는 건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라고 해석했다.
AF는 인공지능이지만 결국 조시가 성장하고 "좋은 친구"로서 역할이 끝나면서 버려졌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정은 절교로 쌍방향이지만 사람과 인공지능 혹은 인형으로서의 우정은 일방적이라는 사실이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인 것 같다. 그러면서 영화 토이스토리가 떠올랐다. 현실의 인형은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토이스토리 주인공처럼, 마치 AI처럼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면 그들은 어떤 마무리가 가장 좋을까?
덧붙여 나와 비슷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이야길 해준 《책 읽어주는 나의서재》의 8편 영상도 함께 시청하면 좋겠다.
'책읽기 > 소설·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I)를 만들어는 가는 과정이 연금술인 책 '연금술사'를 읽고 (0) | 2024.05.05 |
---|---|
(※스포주의)반전이 없는게 반전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금단의 마술"을 읽고 (2) | 2024.02.26 |
의료의 발전, 신기술의 등장, 과학기술에 대해 생각해보다. "나를 보내지마"를 읽고 (1) | 2024.02.17 |
삶과 죽음의 대한 나의 태도를 생각하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고 (0) | 2023.07.11 |
담고 싶던 내용이 너무 많아 어지러웠던 소설, "종이 여자"를 읽고 (3) | 2023.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