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아의 기록

내 집중력이 떨어진 이유를 찾는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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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중력이 떨어진 이유를 찾는다,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고

화성에서 온 아이 2024. 2. 13. 11:30

무슨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특정 단어를 검색하려고 인터넷 창을 켜면 "나 무엇을 검색하려고 했지?"란 생각에 "뭐였더라"를 검색한다.  그리고 검색어 여기저기 재밌는 기사들을 몇 분 보다가 돌아온다. 책을 읽다가도 책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눈을 글을 좇아 읽는데 생각은 "아 이때 이래야지"와 "아 이때 이랬어야 했는데"를 생각한다. 다시 책 내용을 집중하려고 하면 "앞에 내용 내가 읽은 게 맞나?"싶어 고개를 갸웃거린다.

 
도둑맞은 집중력
전 세계 모든 곳에서, 집중하는 우리의 능력은 붕괴하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한 가지 일에 65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 직장인들의 평균 집중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 분야를 주도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만나기 위한 대장정을 떠났다. 그리고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해지는 것이 흔히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자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집중력 문제가 현대 사회의 비만율의 증가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정크푸드를 중심으로 한 식품 공급 체계와 생활 방식의 변화가 비만율 증가를 만든 것처럼, 집중력 위기의 광범위한 증가도 현대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낸 유행병과 같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인간의 주의력을 빼앗는 꼼수를 발견한 실리콘밸리의 반체제 인사, 강아지에게 ADHD를 진단한 수의사, 심각한 집중력 위기에 빠진 리우의 빈민가, 놀라운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집중력을 회복한 뉴질랜드의 한 회사까지 종횡무진한다. 그리고 이러한 광범위한 집중력 위기에 수면의 부족, 독서의 붕괴, 테크 기업들의 주의력 조종과 약탈 등 12가지 원인이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저자
요한 하리
출판
어크로스
출판일
2023.04.28

 

주변을 보면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지인을 많이 본다. "요새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어."로 대화가 끝난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이라면 왜 내가 집중력이 떨어졌는지 설명해주지 않을까? 대충 SNS 때문이다로 끝나지 않기 바랐다.

1장 너무 빠른 속도, 너무 잦은 멀티태스킹(42p)
트위터는 온 세상이 나 자신과 내 작은 자아에 푹 빠져 있다는 느낌을 준다. 세상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싫어하고, 지금 이 순간 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바다는 온 세상이 온화하고 축축하고 우호적인 무관심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바다는 내가 아무리 크게 소리쳐도 결코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3장 잠들지 못하는 사회(109p)
내가 잠이 부족하긴 하지만 커피와 코카콜라 제로, 레드불로 만회하고 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러나 내가 이런 음료들을 마실 때 사실상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록산느가 설명해주었다. 우리 뇌에는 온종일 아데노신이라는 이름의 화학물질이 쌓이고, 이 아데노신이 우리에게 졸립다는 신호를 보낸다. 카페인은 이 아데노신의 양을 파악하는 수용체를 차단합니다. "저는 이 현상을 연료계 위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에 비유합니다. 카페인을 마심으로써 스스로에게 연료를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연료가 얼마나 텅 비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죠. 카페인이 없어지면 두 배로 피곤해집니다."
3장 잠들지 못하는 사회(119p)
집중력 개선을 위해 해야 하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알게 되면서, 현재 우리가 명백한 역설 속에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많은 일이 따분할 만큼 뻔하다. 속도를 늦추고,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고, 잠을 더 자면 된다. 모두가 이 사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데도 실제로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속도를 높이고, 전환을 더 많이 하고, 잠을 적게 잔다.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행동과 할 수 있다고 느껴지는 행동 사이의 괴리 속에 산다. 

 

SNS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내 일상을 지인들과 공유하는 나로서는 트위터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했다. 그리고 하루에 커피 1잔 마시는 걸 좋아하고 많게는 3잔까지도 마시는 나에게 "카페인은 연료가 얼마나 텅 비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라는 문장은 슬펐다. 대한민국에 많은 사람들은 지금 연료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4장 소설의 수난 시대(136p)
레이먼드는 우리 각자가 오늘날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작은 일부만을 경험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 경험은 소설을 내려놓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나중에 현실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들의 삶을 더욱 잘 상상할 수 있다. 사실 정보를 읽으면 아마 더 박식해지겠지만, 이처럼 공감 능력이 길러지지는 않는다.
5장 딴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147p)
조너선은 "사람들은 핵심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책의 여러 다른 부분을 하나로 합칩니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독서에서의 결함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독서다. 지금 정신이 배회하게 두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이해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방황할 정신적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으면서 딴생각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이라는 것이 역설적이었다. 그럼 책에 종종 집중하지 못하는 난 정상적이고 잘 독서하고 있는걸까?란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책에 내용과 완전 다른 생각을 하는 걸 말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란 의문을 가졌다. 주석에는 위니프레드 갤러거의 《몰입, 생각의 재발견》에서 해당 내용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5장 딴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말해주는 것(151p)
현재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스포트라이트 같은 집중뿐만이 아니다. 딴생각 또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두가지 위기가 생각의 질을 떨어트리고 있다. 딴생각을 하지 않으면 세상을 이해하기 힘들어지며, 그 결과로 불안하고 혼란한 상태가 되면 우리는 그다음에 찾아오는 방해 요소에 더욱더 취약해진다.
10장 스트레스와 만성적인 각성 상태(275p)
네이딘은 이렇게 설명했다. "과각성은 본질적으로 가는 곳마다 곰을 찾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초점은 잠재적 위험의 단서에 맞춰져 있어요. 현재 일어나는 일을 느끼거나, 배워야 할 수업을 듣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요. [그러한 상태에 빠진 사람이] 집중을 안하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위험의 단서나 증거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는 거죠. 초점이 거기에 가 있는 거예요."
11장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299p)
앤드루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 언제나 더 좋다는 논리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을 위한 시간이 있고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있"는데. 오늘날 대다수에게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과 사색, 어느 정도의 휴식은 더 나은 결정을 하게 도와줍니다. 그러므로 그럴 기회를 만들면 내가 하는 일과 직원들이 하는 일의 질이 높아져요."
11장 우리 사회의 논리에 정면으로 도전한 장소들(301p)
많은 사람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데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성공이라 칭한다. 갈수록 빨라지는 속도의 토대 위에 있는 문화에서 속도를 줄이기란 힘든 일이며, 우리 대다수가 그렇게 할 때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모두 함께 사회·구조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구조적 변화는 사회분위기를 말한다고 본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말은 대한민국의 현 상황과도 닮아있다. 그래서 이 책이 "2023 독자, 서점, 언론이 뽑은 올해의 책 1위"라는 띠지를 가질 수 있었던 거 아닐까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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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장 잘못된 ADHD 진단(350p)
사미는 보통 사람들이 어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폐렴 진단을 받은 것과 비슷할 거라 상상한다고 했다. 이 경우 의사는 숨어 있던 병원균이나 질병을 확인하고, 그 신체적 문제를 해결할 무언가를 처방한다. 그러나 ADHD는 의사가 실시할 수 있는 신체검사가 없다. ···사미는 이렇게 말한다. "ADHD는 진단이 아닙니다. 이따금 동시에 발생하는 특정 행동들의 묘사일 뿐이에요. 그게 전부입니다."
14장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383p)
리처드와 에드는 동기가 외재적일 때(그래야만 해서, 또는 나중에 무언가를 얻으려고 그 행동을 할 때)보다 동기가 내재적일 때(자신에게 의미 있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할 때) 더 잘 집중하고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기가 내재적일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쉬워진다.

 

ADHD는 진단이 아니라 행동들의 묘사라는 것과 동기가 내재적일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 쉬워진다는 내용은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나는 내재적 동기가 더 필요한 사람이었다.

 

에필로그 집중력 반란(409p)
제임스는 몇 년간 집중력을 연구한 뒤 집중력에는 세 가지 형태가 있으며, 오늘날 우리가 그 세가지를 전부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집중력의 첫 번째 층이 스포트라이트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 부엌으로 가서 커피를 내릴 거야" 같은 "즉각적 행동"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력의 두 번째 층은 스타라이트, 즉 별빛이다. 스타라이트는 "장기적인 목표, 그러니까 시간이 드는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집중력이다. ···제임스는 스타라이트를 놓치면 "장기적 목표를 잃게"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었는지 잊기 시작한다.
집중력의 세 번째 층은 데이라이트, 즉 햇빛이다. 데이라이트는 애초에 자신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하게 해주는 집중형태다. ···제임스는 산만해져서 이 햇빛의 감각을 잃으면 "여러 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중력을 세 가지 형태의 라이트로 설명한 부분은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아 표시했다. 그리고 나에게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란 생각을 가졌다. 내가 누군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 장기간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을 읽고 플래그를 보니 챕터마다 플래그가 있었다. 혼자서 집중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찾는다면 거의 불가했을 텐데 이렇게 종합적으로 보여준 책이 있어 다행이었다. 괜히 집중력에 관한 책이다 보니 조금 더 집중하고 천천히 읽었는데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주변에 집중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본인이 방향성을 잃은 이유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 본문의 인용된 내용은 "<도둑맞은 집중력>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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