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아의 기록

나는 젊었고, 젊으며, 젊을 것이다. "젊음의 탄생"을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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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었고, 젊으며, 젊을 것이다. "젊음의 탄생"을 읽고

화성에서 온 아이 2023. 3. 6. 18:15

  젊음의 탄생. 작가를 모르고 제목만 들었을 때, 최근에 에세이나 자기개발서의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 느낌은 아니네'라고 넘겨짚었다. 그러나 이번에 읽은 "젊음의 탄생"은 2008년에 출판되고 2013년에 개정신판이 나온 10년이 지난 책이었다. 특히 이어령 선생님의 책이었다.

  이어령 선생님은 늘 유명했지만, 최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으로 더욱 유명해졌으며, 국문학자, 소설가, 교육자, 언론인,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분이다. 나는 이어령 선생님을 진즉 알고 있었으나 선생님이 쓰신 책을 완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년보다 훨씬 전에 나온 책이었으나 지금의 나에게도 울림이 있고, 내가 듣고 흘렸던 조언들을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는 책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여러분들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곧 '공부'를 할 수 있는 짬을-일생동안 대학생활처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얻었다는 뜻입니다.'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있다.) 지금의 나도 젊기에 나를 대상으로 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완독 했다.

 

1. 뜨고 날고

일본의 방패연은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서 하늘에 띄우고 바라볼 뿐이지 한국연처럼 나는 재미를 즐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사람들은 우리처럼 연을 '날린다'고 하지 않고 '띄운다'고 합니다.
인간에게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보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즐거워서 그냥 추게 되는 춤과 같은 삶도 있는 것입니다.

  비행기 동요가 이렇게 의미심장한 가사를 가지고 있었을 줄이야. "떴다"와 "날아라", "높이" 이 세 가지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끔 하는 것에 감탄했다.

 

2. 묻고 느끼고

물음표 없이도 새가 울고 구름들은 떴다가 사라진다는 걸 알면서 차차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지요.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니까 자기도 안다고 여기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것입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의 시작이며 젊음이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해답을 구하지 않고 그냥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을 우리는 시인이라고 부릅니다. 예술가라고 부릅니다. 누가 그랬지요. 과학은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요, 예술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고,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되는 것을 설명하라고 말입니다.
물음표가 자동차의 브레이크라고 한다면 느낌표는 바로 액셀레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물음느낌표(Interrobang). '창의적인 기획'에 대한 책을 읽었을 때 알게 된 부호이다. 1962년 미국의 광고회사 사장인 마틴 스펙터(Marrin K. Specter)가 만들었는데, 처음 알게 된 당시에도 '와! 이럴 수가 있구나!'라고 감탄했는데 시간이 흘러 이 사실을 잊어버린 난 이번에도 '와! 맞다! 이런 멋진 부호가 있었지!' 하면서 놀랐다.

  이 책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물음표와 느낌표가 생기게 된 기원부터 파고들면 계속 묻고 탐구했다는 것을 보고 생각에는 정말 궁금해야 할 것들이 많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 많구나를 새삼 느꼈다. 가령 왜 이 컴퓨터 자판은 이런 식으로 배열됐는지, 꼭 사각형이어야만 했는지, 왜 충전기 콘센트는 이렇게 생겼고 나라마다 다른지... 쓸데없는 생각이 계속 이어졌다.

  나도 그 어디에서든 질문하지 않는 사람에 속했는데, 내가 질문을 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상대방 답변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때 혹은 이 분야가 정말 재밌고 더 알고 싶어서였을 때였다. 우리나라가 질문에 소극적인 이유는 주변사람들의 눈치일 수도 있고, 궁금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그 분야를 진심으로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부분을 더 알고 싶어 하는 걸까? 나에 대한 공부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3. 헤매고 찾고

'예스'와 '노'사이에 끼어 있을 때 인간은 가장 많은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개미의 곡선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닌 김삿갓의 방랑. 그는 버섯이자 남의 집에 기생하는 식객이며, 세상을 조롱하고 비웃는 그의 풍자시는 사회의 잡음입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생활을 흔들고 체제를 변화시킵니다.

 

  직선으로 가지 않을 때, 주변 사람들과 조금 느리게 가고 있는다고 느껴질 때면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 그럴 땐 '돌아가면서도 얻는 게 많을거야', '난 느리게 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걸 경험하고 있어'라고 나 자신을 다독이지만 때로는 자기합리화인건 아닐까 다시 한번 작아진다. 그럴 때 이 '헤매고 찾고' 키워드를 읽고, 이와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진정으로 궁금해서 알아가고 싶은 일을 위해 더 '헤매'도록 놔둬야겠다.

 

4.<나나>에서 <도도>

도시생활에서 패배한 젊은이들이 잘 쓰는 말 "모두 다 때려 치우고 시골이나 가서 농사나 짓지"라고 할 때의 그 '~나 ~나'입니다. 할 일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로 밥이'나' 먹고 잠이'나' 자는 생활입니다. 그러나 패기 있는 젊음과 희망을 지닌 젊은이들은 '나나'가 아니라 '~도 ~도'라고 말합니다. 일'도' 하고 놀기'도'하고, 도시'도' 농촌'도' 모두 자기 생활공간 안에 포함시킵니다. 영어로 말하자면 either-or에서 both-and로 가는 것이고, 한자의 사자성어로 말하면 이자택일에서 양자병합의 세계로는 가는 것이 '나나'에서 '도도'로 가는 삶이지요.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지향하는 'Win-Win'의 상생원리입니다.

 

  일도 하고 놀기도 하고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요즘에 적합한 키워드였다.

5. 섞고 버무리고

진정한 '카오스'가 있는 비선형적 체계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사람들이 그런 현상에 부딪치면 그것들을 변칙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맙니다. 인간사회의 현실에서는 해결 가능하고 질서 정연한 직선적 체계야말로 오히려 변칙적이라는 점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매우 적지요.
앞으로 대학과 인간의 생활을 결정하는 운명의 키워드는 '링크' '인터랙티브' '접속', 그리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기계를 이어주는 '인터'라는 말입니다.

 

  매시 업(Mash-up)이라는 말은 나를 웅장하게 만든다. 아마 음악이라는 분야에서 서로 다른 장르가 합쳐져 만든 곡이 나에게 크게 와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게 바로 이 '융합'인데 이 또한 궁금증이 적기 때문이지 않을까.

 

6. 꿀벌이 만든 연필

언어의 이미지로 표현하려 할 때에는 아마도 프랑스 과학철학자 바슐라르의 아름다운 비유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겁니다. "연필은 나무속에 박힌 일종의 검은 광맥이고,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어두운 지하의 탄광을 캐 들어 가는 갱부의 곡괭이질"이라는 표현이지요.
자연을 떠나 문명에만 의존해 온 현대인들은 어느덧 이간의 지능이 자연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 자연이 인간을 보호해왔지 언제 인간이 자연을 보호해왔습니까. 역설적으로 말해 자연보호란 말 속에는 이미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인 인간의 오만함이 깃들어 있는 것이지요.
쓰기가 중단될 때, 그리고 쓴 것을 지울 때, 새로운 사고가 생겨납니다. 지우개를 머리에 단 연필, 이것이 창조적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형입니다. 연필처럼 유연한 사고여야 한다는 겁니다. 한번 쓰면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펜이나 볼펜 같은 경직된 사고형에서는 결코 창조적인 생각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키워드이다. 지금은 샤프와 펜이 주를 이루고 있어 연필에 대한 건 무감각한데 다시 한번 내가 가지고 있는 연필을 바라보니 육각형의 비밀이 참으로 신비했다. 그리고 지울 수 있다는 매력. 또, 지울 수 있다는 연필의 장점을 사고로 확장시킨 이어령 선생님의 문장은 나의 고정관념을 지워버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덧붙여, 벌집 구조 육각형에 대해 경외를 느낄 수 있던 키워드였다. 천부적인 재능으로 벌이라면 누구나 정확한 치수의 육각형을 만들어낸다는 당연한 사실에 놀랐다.

 

7. <따로따로><서로서로>

그러니 빈칸이 있다면 채워야 합니다. 젊음이의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해서 하루하루를 빛의 언어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랑하고 생각하고 감동하고, 때로는 사전에도 지도에도 없는 낱말들을 찾아내어 나만의 이야기를 엮어가야 합니다.
정부가 독주하지 않고 국민의 동행자가 되려면 카이사르 이후의 난국을 통치하는 데 성공한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의 좌우명 "Festina Lente(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격언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듬직하게 기회를 기다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을 때에는 돌고래의 추진력을 발회하라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일본의 한 대학에서는 독창성보다는 모방성이 강한 일본인의 자기비판으로 독창적 연구의 테마를 놓고 사이버 토론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그때 어느 교수는 이런 의견을 발표했지요. "나는 교실의 젊은이들에게 뛰어난 연구가가 되려면 여섯 가지의 C를 가슴에 새겨두라고 했습니다. 호기심Curiosity에서 출발하여 용기Courage를 갖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Challenge할 것.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 Confidence을 가지고 모든 에너지를 집중Concentration하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계속Continuation할 것."
독창성은 배타성을 의미하는 것도, 독불장군의 그 독도 아닙니다. '함께 그러나 다르게' '따로 그러면서 서로'의 모순에서 생겨나는 힘입니다.

 

  일곱 번째 키워드는 다섯 번째 키워드였던 매쉬업, 융합의 확장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머리로는 중요한 것도 알고 나도 '독창성'을 가지고 배우고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그렇게 행동하지 못해 가끔 나는 뭐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빈칸이 있기에 내가 사람이라는 것. 빈칸이 있기에 채우려고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오늘 하루도 이렇게 내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8. 앎에서 삶으로

신라 때부터 자연스럽게 써온 '회통會通'이란 말을 즐겨 쓰는데, 이는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만나 서로 통하고 변해야 한다는 뜻이지요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좋아해야하며, 좋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즐겨야 한다. 그럴 때 '앎'이 '삶'으로 들어온다. 나는 무엇을 알고싶어하며 무엇을 삶으로 끌어들이고 싶을까. 꼭 알고 싶은 것들을 삶까지 끌어들여야 할까. 생활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알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많지만 그것들을 모두 좋아할 수 없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무언가도 있다. '스트레스 받는 것을 즐겨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좋아하는 모든 것에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삶에 어떤 즐거움으로 가득 채울지 늘 고민한다.

 

9. 나의 별을 너의 별

어디에도 개화 이전 아시아 지역에는 별 모양의 아이콘은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콘의 상징체계가 서구화된 것이지요.
용의 힘은 개체가 아니라 서로 성질이 대립하는 생물들을 결합하여 조화와 균형을 이룬 복합체로서 지상 최고의 영물을 만들어낸 데 있습니다.
물과 불이 영원히 융합할 수 없는 상극대립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차문화는 그 상반하는 두 요소를 조화시켜주는 융합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나라별 특징을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는 왜 그럴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적 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서구의 문화가 더 나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 것이라고 모두 부족한 것이 아님에도 '우리나라도 저렇게 하면 더 좋을 텐데'라 속으로 말했다. 우리나라, 참으로 살기 좋고 서로를 불신하지만 서로를 믿는, 흩어져있다가도 무슨 이슈가 있으면 뭉치는 그런 나라인데 말이다.

 

0. 에필로그

들뢰즈의 말대로 바다는 많은 파도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소멸시킨다. 파도가 절정의 높이에 이르면 제가끔 흰 물방울로 흩어지면서 무너진다. 마치 "이만하면 됐어"라고 독백하듯이 작은 소리를 내면서 하나하나의 파도들은 아무런 미련도 없이 사라져 가는 것이다. 바다는 파도가 묻히는 거대한 무덤이고 침묵이다. 그래서 만약에 바다에게 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생의 소요를 가라앉히고 달래는 '텅 빈 것'에의 그리움일 것이다. 그렇다. 분명히 바다는 흰색과는 또 다른 공백이다. 언제 보아도 빈 항아리 속처럼 텅 비어 있다.

※ 질 들뢰즈 :  20세기 프랑스 현대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포스트 구조주의 시대를 대표한다. 아이덴티티identity에 대한 '파라노이아paranoia'와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에 대해 말했다. 들뢰즈에 따르면 파라노이아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집착하는 편집증을 보이며, 스키조프레니아는 고정적인 아이덴티티에 속박되지 않으려 분열증을 보인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책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참고하면 좋다.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읽었다면 대학생활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자문했다. 그리고 그 자문은 오래지 않아 끝났다. 10년 전의 나는 오늘의 내가 느낌만큼 크게 이 책에 대한 느낌이 없었을 것이다. '매우 좋은 말이 많은 있는 책' 정도로 독후감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을 그때 당시 못 읽었다는 것은 아쉽다.

나만의 한줄평

"나는 여전히 젊다. 그리고 앞으로도 젊을 것이다.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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