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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온아의 기록
조해진 작가를 만나다. "단순한 진심"과 "완벽한 생애"를 읽고 본문
한 달 전 본인의 인생 소설이라며 지인에게 책 '단순한 진심'을 추천받았다. "진심"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짐작했으나 "진심"이란 단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진심이란 네이버 사전에 "거짓이 없는 참된 마음"이라는 뜻이 가장 처음으로 나왔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주가 타인의 진심을 궁금해했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진심도 무엇인지 몰랐던 것 같다 생각했다. 그리고 본인 외에는 타인의 진심은 영원히 알 수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암흑에서 왔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영원이란 무형의 테두리에 갇힌 암흑이 나의 근원인 셈이다. 방향성 없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나는 홀로 그곳을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7p
탯줄은 있었을까. 가끔 그런 의문이 들 때면 반사적으로 두 손을 배에 얹고 가만히 배꼽 근처를 더듬어 보곤 한다. 그러나 내 배꼽은 생모의 흔적일 뿐, 그녀의 손끝 하나 재현할 수 없다. 무력한 증거, 고유성 없는 기호, 닫힌 통로······. -8p
혈연, 혈육, 태생, 유전... 우리는 "피"와 관련된 단어를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입양"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이와 관련된 단어를 암흑과 탯줄로 표현했다. 언어의 확장을 느끼는 소설의 첫 시작이었다.
이름은 집이니까요. ···
이름은 우리의 정체성이랄지 존재감이 거주하는 집이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뭐든지 너무 빨리 잊고, 저는 이름 하나라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예의라고 믿습니다. -17p
이름에 대한 뜻깊은 정의. 철학관에 가면 이름대로 살아간다고 뜻이 나쁘거나 사주팔자를 보완하지 못한 이름은 개명하라고 추천받는데 그럴 경우 집을 허물고 다시 만드는 걸까, 그러면 정체성이 달라질까?
복희가 알았기 때문이다. 복의만은, 오직 그녀만이, 우주의 존재를 알아챘기 대문이다.
"아기 가졌을 땐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
식당을 나서며 복희는 타이르듯 말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격하게 흔들리는 내 감정의 결을 해석할 수 없었다. 네가 받게 된 가장 처음의 배려, 그리고 내가 간절히 기다려 온, 너를 향한 타인의 환대······. -96p
나에게는 따뜻한 인물이었던 복희다. 하지만 복희가 짧게 식당 주인으로 나와 병원에서 끝난 설정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이 인물만큼은 본인의 입으로 진심을 듣고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극이 끝나면 다시 현실이 시작된다는 걸 잘 알았지만, 무대의 시간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세월은 성실하게 흘렀고 나는 죽음만을 생각하던 시절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렇게, 믿었다. 믿었지만, 어떤 날에는 여전히 죽음이라는 그늘 밑에 있기도 했다. -126p
연극 배우이자 극작가인 문주와 다큐멘터리 PD인 서영. 둘의 직업이 참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연극은 실시간이지만 영화는 편집된 내용이다. 연극은 제한된 시간 내 정해진 것만 볼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서영은 사실을 남기 위해 다큐를 찍고, 문주는 현실을 잊기 위해 무대에 올라선다.
책에 종종 등장하는 연극과 촬영에 대한 비유는 그 부분에 멈춰서 2번, 3번 읽었다.
처음 책을 봤을 때 표지때문에 책이 구겨진 줄 알았다. 이렇게 디자인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내 삶이 영사되는 스크린의 바깥으로 사라진 이후 다시는 등장한 적이 없으므로, 게다가 5년 전부터는 이 세계라는 스크린 안으로도 들어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으므로, 이제 그의 진심을 판정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영원히. -143p
결국 문주는 문주의 진심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진심은 '그럴 것이다.'로 끝났다. 진심은 본인이 생각하기에 따라 한없이 단순할 수도 한없이 복잡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누군가의 진심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있는지 되돌아봤다.
진심이라는 말처럼 매우 흔하나 그 실체를 알 리 없는 말도 없다. 조해진은 진심이라는 관념의 공간을 느리게 거닐면서 그 지명에 담긴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힌다. 우리 모두의 이름은 언젠가 한 존재가 타인을 위해 진심을 담아 건넨 최초의 말이라는 것을. 이름을 부르는 것은 인간이 타인을 껴안는 첫 번째 방법임을.
- 추천의 글 "내 이름은(김현)"
정문정답에 출연한 "조해진"작가 편을 보고 그다음 소설로 완벽한 생애를 선택했다. 그리고 주인공 중 한 명이 "방송작가"였다는 것과 "제주도"라는 지역으로 내려갔다는 시작이 이 소설을 빨리 읽게 했다.
서로 소원해졌어도 미정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언제라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연락할 수 있는 사이라고 믿어왔지만 공항을 빠져나올 때쯤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년의 시간이 무심한 마음의 환산치였다는 것을. - 48p
그러게, 지나고 나니 다 그냥이 되네.
방송국에 출근하지 않은 지 벌써 한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50p
관계에 대한 정의와 사건에 대한 무뎌짐.
스터디 사람들 속에서 그들은 외로웠다. 자꾸만 끈이 풀리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기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 다른 선수들이 매끄럽게 달리는 동안 끈을 다시 매기 위해 수시로 주저앉아야 하는 경험을 세대에 걸쳐 반복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고, -58p
대각선 앞에는 보경 언니가 앉아 있었다. 그녀의 실루엣은 허물어졌다가 가까스로 복원되길 반복하고 있었고, 그건 미정 눈에만 보이는 한 사람의 온전한 불안이었다. -78p
타인과 비교하는 삶. 그리고 누군가 불안해 보이는 삶. "온전한 불안"이라는 단어처럼 조해진 작가는 역설적인 표현과 반대되는 형용사를 참 적절하게 사용하는 인물이라고 느껴진다. 그래서 모든 표현이 와닿고 모든 표현에 시선이 간다.
시야가 온통 캄캄한 걸 보면 해가 진 이후란 건 분명했지만, 잠 속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들어갔는지는 계산되지 않았다. 익숙한 일이긴 했다. 이 방에선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거나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고, 대신 굴절되고 왜곡되다가 어느 순간 지워져버리곤 했으니까. 모든 감각과 생각의 행로가 과거의 몇몇 장면들로 끊임없이 회귀하는 작은 타임머신과도 같은 방······ -104p
한 사람을 만나서 알아가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은 내부에 끝없이 계단이 이어지는 건축물과도 같은데, 영원히 그곳에 있을 줄 알았던 건축물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며 남겨진 건출물의 파편으로는 아무것도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을 시징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110p
이별의 아픔을 "힘들다." 혹은 "아프다."가 아니라 시공간과 건축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인의 눈에는 한 시기를 훌쩍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시간 속의 당사자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뛰어넘지 않았다. 공간과 여백을 차곡차곡 천천히 지나온 것이다.
- 발문 "타인의 방에서 만난 한 시절(최진영)"
두 편의 책을 연달아 읽는 동안 나는 어느새 조해진 작가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고 주인공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판타지가 아니여서, 비현실적인 내용이 아닌 소설이어서, 억지스럽지 않고 내 주변의 인물을 본 것 같아서 읽으면서 느낀 감정들이 오래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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