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아의 기록

소설 주인공 속 나는 누구와 닮아 있을까?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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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인공 속 나는 누구와 닮아 있을까? "죽이고 싶은 아이"를 읽고

화성에서 온 아이 2023. 5. 5. 18:20
 
죽이고 싶은 아이
십 대들의 외롭고 불안한 내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작품으로 주목받아 온 이꽃님 작가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놀랍도록 흡인력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한 여고생의 죽음이라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실과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소설의 주인공인 주연과 서은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두 사람이 크게 싸운 어느 날, 학교 건물 뒤 공터에서 서은이 시체로 발견되고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주연이 체포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주연은 그날의 일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주연은 정말 서은을 죽였을까? 이야기는 주연과 서은에 대해 증언하는 열일곱 명의 인터뷰와 주연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인터뷰이에 따라 주연과 서은이 어떤 아이였는지, 둘의 관계는 어땠는지가 시시각각 변모해 간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독자들에게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보이는 대로만 보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 얼마나 야만적인지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이꽃님 작가의 전작들이 십 대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위로였다면, 『죽이고 싶은 아이』는 십 대들의 곁에 선 작가가 진실이 멋대로 편집되고 소비되는 세상에 던지는 서늘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이꽃님
출판
우리학교
출판일
2021.06.07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책이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죽이고 죽이고 싶어 하는 그런 책이라고 짐작했다. 약속 장소로 가는 1시간 시간 동안 책의 80%를 읽었다. 약속 장소에 도착 후 책의 결말이 많이 궁금했다.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지인에게 잠시만 시간을 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하고 10분 정도 나머지 20%를 읽었다. 그리고 찝찝했다. 개운하지 않은 책이었다.

 

 책 "죽이고 싶은 아이"는 주연의 단짝 친구 서은이 죽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서은을 죽인 사람으로 서은을 마지막으로 만난 주연이 지목되었으나 주연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변호사는 주연을 변호하였으나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믿지 않았고, 언론도, 다른 사람들도 믿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를 지속해 갔다. 책을 읽는 동안 "주연이 범인 이어야만 해"와 "주연이 범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의 마음으로 왔다 갔다 했다.

 

'죽이고 싶은 아이' 일러스트

 Fact is simple


 책 일러스트에는 '사실은 단순하다'라는 글귀가 있다. 사실은 강한 중력을 받은 벽돌에 서은이가 죽은 것이다. 그렇지만 이 사실보다는 "주연이가 서은이를 하녀처럼 대했다."라는 자극적인 주제가 언론에도, 사람들에게도 필요했다. 나는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해 서은이에게 집착한 주연이도, 주연이가 고마웠을 수 있지만 주연이를 이용한 서은이도, 그 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 같은 학교 학생들도, 어른들도 모두 이해가 갔다. 모두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주변인물 중 한 명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너한테 받기만 하는 게 너무 싫어. 너한테 컵라면 하나 사 주고 싶어도 엄마한테 그 돈 달라고 하는 게 미안해서 싫고, 죽어라 일하는 엄마를 볼 때면 가난한 우리 집이 싫어."
어느새 서은의 두 눈에는 가득 고인 눈물이 악에 받쳐 흐르지 못한 채 매달려 있었다.
···
"상관없어. 어차피 널 친구라고 생각한 적도 없으니까"
"뭐?"
마음을 짓밟히고 걷어차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주연은 서은이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지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다른 친구 생길 때까지만 참는다는게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네."

 

 꼭 주연과 서은이의 관계를 선과 악으로 볼 필요가 없지 역시라 느낀 대목이었다. 책의 대부분은 주연이를 악, 서은이를 선처럼 보이게끔 했다. 그리고 "이용"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씩 조금씩 결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는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종종 진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진실은 사실 그대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
생각해 보면 주연이는 참 불쌍한 아이다. 엄마 아빠마저도 주연이를 믿어 주지 않았으니까.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였던 서은이마저 주연이를 친구로 생각한 적 없다고 했으니, 따지고 보면 이 땅에 주연이를 믿어 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주연이를 믿어 주겠다고 했던 장 변호사마저 끝내 주연이를 믿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주연이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말할 수 있을까?

- 작가의 말 中 -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잠깐 서은이가 되어 죽기 전 마지막 상황을 상상했다. 서은이가 과연 주연이를 친구로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을까? 애증의 관계처럼 이용한다 생각하면서 그래도 우정을 느끼진 않았을까? 그러다 죽으라는 주연의 말에 화가 나서 단 한번도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다 말한 것은 아닐까? 서은이의 진심을 알 수 있는 서은 시점의 이야기가 없어 아쉬울 따름인 책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결말만 남은 책이었다.

 

책 '죽이고 싶은 아이'

 

 책 "죽이고 싶은 아이"의 작가 이꽃님 소설가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메두사의 후예』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는데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에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로 대상을 받았다. 최근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을 출간하면서 채널예스와 인터뷰했는데 인터뷰는 다음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꽃님 "청소년들이 책을 덮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 YES24 채널예스

주로 제가 계속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사회 현상에 관한 이야기예요. 알아야 할 이야기지만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이 말로 설명했을 때는 지루해지거나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은 주제들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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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한줄평

: 나는 100명 중에 99명이 이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할 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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