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아의 기록

나는 우리 아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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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아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화성에서 온 아이 2023. 2. 13. 10:22

'H마트에서 울다'를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만났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눈물 흘리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슴이 먹먹해졌다.

'H마트에서 울다'는 에세이지만,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소설이다.

 

'H마트에서 울다' 후기는 다음글을 참고.
https://wannaberollmodel.tistory.com/17

 

최소 다섯 번은 눈물 흐르는 걸 참아야 했던, 책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생각보다 영화볼 때나, 드라마 볼 때 크게 울지 않는 사람으로 책 읽을 때도 잘 울지 않는다. 그런데 'H마트에서 울다'는 최소 다섯 번.. 눈물이 흐르는 걸 참아야했다.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에

wannaberollmodel.tistory.com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건, 지역명, 사투리 등 사실과 함께 있는 소설이어서 에세이처럼 느껴진다.

버젓이 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되어있는데,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라 작가님의 이야기를 써놓으신줄 알았다.

 실제로 마지막 "작가의 말"을 확인해보면 어느 정도 본인의 이야기가 녹여져 있는 것 같다.

 

나의 비극은 내 부모가 빨치산이라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내 비극의 출발이었다.

 

 책 제목 때문에 괜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같이 나에게 힐링책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측했다.

그리고 초록색 표지는 더욱 더 힐링소설같이 다가왔다. 그러나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 읽으면서 "앗? 힐링소설 아니네? 뭐지 조금은 힘든데?"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와! 제목 최고다, 책 표지 잘 표현했다!"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역시 작가는 책 제목도 생각해두고 소설을 쓰나 보다! 라 했는데

https://youtu.be/tIOfcnqSqfE

위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 창비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지은 제목이라고 한다.

책의 내용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내가 몰랐던 아버지'를 타인의 입으로, 이야기로 알아가는 것을 담았다.

소설 속 아버지를 만나며, 사람의 가치관이 얼마나 대단한건가 싶었고,

옳고 그름을 떠나 뚜렷한 가치관이 있다는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가치관에 따라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결정을 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저러한 급작스러운 전이가 도무지 이해되질 않는다. 사상이란 저렇듯 느닷없이 타인을 포용하게 만드는 대단한 것일까. 내 부모에게는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저 느닷없는 친밀감과 포용이 퍼스트 클래스에 탄 돈 많은 자들끼리의 유대감과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해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이 책은 장례식장에 온 아버지의 손님들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딸인 주인공에게 전한다.

딸은 아버지에 대한 의외의 면모를 알게되고, 어쩌면 알고 있었지만 모른체한 모습을 전해 듣는다.

 

흔히 누군가의 장례식장은 자식들 지인의 조문객으로 가득하다고 한다.

'아버지'를 아는 건 어떤 의미일까?

나는 우리 아버지를 제대로 마주하고 있을까?

아버지의 지인은 우리 아버지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까?

나 또한 아버지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는 많은 것을 알고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죽음은 그러니까, 끝은 아니구나, 나는 생각했다. 삶은 죽음을 통해 누군가의 기억 속에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혁명가였고 빨치산의 동지였지만 그전에 자식이고 형제였으며, 남자이고 연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남편이고 나의 아버지였으며,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아버지'를 편견없이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추천한다.

다음은 여성조선에 나온 정지악 작가의 인터뷰 글이다. 책을 읽으며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http://wom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164 

 

[인터뷰] 화제작 '아버지의 해방일지'의 그 딸 정지아 - 여성조선

장편 는 작가 정지아 아버지 이야기다. 아버지 정운창과 어머니 이옥남은 실제로 ‘빨치산’이었다. 조선노동당 전남도당 조직부부장과 남부군 정치지도원 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활동무대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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