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베스트셀러
- 동탄맛집
- 언츠필드 와인
- 밀리의 서재
- 언츠필드 싱글빈야드 피노누와 정보
- 언츠필드 싱글빈야드 피노누와
- 육회 레드와인 추천
- 불안 해결법
- 가성비 와인 추천
- 도서리뷰
- 파트리크 쥐스킨트
- 이탈리아 와인
- 독후감
- 밀리 에디터 클럽
- 프랑스 와인
- 스파클링 와인 추천
- esg란
- 불안 북리뷰
- 자기계발서 추천
- 독서기록
- 가즈오 이시구로
- 매기스 플랜 주인공
- 소설 추천
- 정세랑 에세이
- 인생소설
- 주린이 추천도서
- e-Book 추천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 싱가포르 호텔 추천
- 싱가포르 여행
- Today
- Total
화온아의 기록
최소 다섯 번은 눈물 흐르는 걸 참아야 했던, 책 "H마트에서 울다"를 읽고 본문
생각보다 영화볼 때나, 드라마 볼 때 크게 울지 않는 사람으로 책 읽을 때도 잘 울지 않는다.
그런데 'H마트에서 울다'는 최소 다섯 번.. 눈물이 흐르는 걸 참아야했다.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미셸 자우너"는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이자 기타리스트다.
'2022 팬타포트락페스티발'에서도 공연한 밴드인데 마니아 층에서도 유명하다고 한다.
몇 명 지인은 미셸 자우너보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더 잘 알았으나,
나는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 때문에 미셸 자우너만 알게 됐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공식 홈페이지 : JAPANESE BREAKFAST
JAPANESE BREAKFAST
japanesebreakfast.rocks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공식 유튜브 : Japanese Breakfast - YouTube
Japanese Breakfast
Japanese Breakfast, the indie-pop solo project of singer-songwriter Michelle Zauner, has mastered the craft of veiling melancholy in full, celebratory shimmer. Zauner’s debut record, 2016’s Psychopomp, confronts the death of her mother with equal parts
www.youtube.com
책의 내용이나 문체를 보면 소설처럼 느껴지지만 에세이다.
정혜윤 번역가의 번역은 읽는 내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고, 책이 정말 재밌어서 원작에서는 정말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원서도 읽고 싶게 하는 책이다.
첫 문장은 이 책의 모든 걸 관통한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일단,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가시는 과정과 그 전후의 "미셸 자우너"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는 음식으로 연결된다.
읽는 동안 첫째 딸인 나는 오랜 시간 병원 생활을 한 나의 어머니와의 과거가 떠올라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특히, 입원한 엄마를 대신해 유튜브, 블로그, 요리책 등을 보며 음식 했던 내 모습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맛있는 음식을 사랑했고, 그걸 만들고 찾아다니고 함께 즐겼으며, 나는 그들의 식탁에 초대받은 특별 손님이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 역시 엄마 나라 문화의 핵심 요소였다. ··· 예쁘다는 말이 착하다, 예의바르다는 말과 동의로까지 사용되는 곳이다. 이렇게 도덕과 미학을 뒤섞어놓은 말은, 아름다움을 가치 있게 여기고 소비하는 문화로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엄마가 한국인이 한국계 미국인이 생각하고 느낀 바는 지금의 내가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다만, 나는 그 문화에 녹아 생활하고 있어 표현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던 것을 문자로 접하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 이런 거였지, 그래 이런 느낌이지" 하면서 책을 계속 읽어갔다.
10대 시절의 수많은 설익은 실패가 눈앞을 스쳤다. 그와 더불어, 낡은 레너드 코언 앨범을 레코드플레이어에 올려놓던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게 모노톤으로만 재생됐다는 사실도. ··· 이제 어둠 속으로 무작정 달아날 궁리를 하는 대신, 부디 어둠이 찾아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괜찮아, 괜찮아." 엄마가 말했다. 내게 너무도 익숙한 한국말, 내가 평생 들어온 그 다정한 속삭임. 어떤 아픔도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고 내게 장담하는 말. 엄마는 죽어가면서도 나를 위로했다. ··· 엄마는 무슨 일이든 어찌어찌 잘 풀릴 거라고 내게 말해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언제나 엄마가 하는 말을 마음속 깊이 믿었다. 내 머리가 조금이라도 헝클어졌거나 화장이 진하게 됐을 때 내게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엄마가 고쳐주기를 계속 기다렸지만 엄마는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다.
자애로운loving 엄마는 남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지만 사랑스러운lovely 엄마는 온전히 자신만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엄마는 나의 대리인이자 기록 보관소였다. 엄마는 내 존재와 성장 과정의 증거를 보존하려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 모습을 순간순간 포착하고, 내 기록과 소유물을 하나하나 다 보관해두면서. 엄마는 나의 모든 걸 기억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유일한 내 편을 한 명 고르자면 많은 사람들이 엄마를 고를 것이다.
위의 책 내용 말고도 엄마에 대한 생각이 나와 같아서 가슴이 먹먹했다. 형광펜 표시하며 반복해서 읽었던 문장들은 지속적으로 엄마에 대한 나의 감정을 상기시킨다.
두 번 튀겨 바삭하기 이를 데 없는 닭튀김을 한입 가득 베어 물면 튀김옷 사이로 뜨거운 기름이 쫙 솟구쳐나오면서, 윤기가 잘잘 흐르는 거무스름한 살코기가 입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치킨에 대한 표현은 어찌나 이렇게 정확한지. 음식에 대한 관찰과 표현이 지금 보고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치킨 외에도 한국인이라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광장시장, 목욕탕 등에 대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은 이 책에 푹 빠져 읽게 만드는 매력 중 하나이다.
나만의 한줄평
"지금 당장 엄마한테 사랑한다 말하고 싶다. 그리고 더 함께 할 시간을 만들고 싶다."
지미 팰른 쇼에 출연해서 책을 소개한 것도 좋았지만,
편집자 K 라이브 북토크 내용도 시간 되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읽기 > 소설·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삶을 살아가는 나의 태도는 어떠한가, "깊이에의 강요"를 읽고 (0) | 2023.04.10 |
---|---|
'반항아'라고 불려지는 '홀든 콜필드'는 정말 반항아일까.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2) | 2023.03.27 |
멋있지만 무서운, 영리하지만 위험한 시베리아 호랑이가 사라져 가고 있다.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을 읽고 (0) | 2023.03.10 |
나는 우리 아빠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0) | 2023.02.13 |
쉽게 읽히지만 편하진 않았던 성장소설 "설이"를 읽고 (0) | 202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