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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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지만 편하진 않았던 성장소설 "설이"를 읽고

화성에서 온 아이 2023. 1. 27. 21:09
 
설이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저자 심윤경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자 17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성장소설 『설이』. 성장소설 이상의 성장소설이라는 평을 들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좋은 교육 환경 아래서 성취와 성공을 위해 행해지는 부모 코칭이 과연 진정한 사랑인지를 묻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12년 전 함박눈이 쏟아지는 새해 첫날 새벽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진 갓난아기로 발견된 소녀 설이. 가족을 찾기 위한 여정에서 세 번의 입양과 파양을 겪으며 상처받고 영악해진 설이는 영원한 의문을 가슴에 안고 세상의 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날카롭게 관찰한다. 설이를 구조한 풀잎보육원 원장은 설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훌륭한 교육뿐이라 믿고 설이를 우리나라 최고 부유층의 사립초등학교인 우상초등학교로 전학시킨다. 약자를 향한 교묘한 학대와 차별에 익숙한 부유층 아이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설이는 위탁모 이모의 늙고 초라한 사랑과 대한민국 최상류층 학부모들의 뜨거운 교육열 사이의 선명한 대비를 경험한다. 그리고 성공을 담보로 한 사랑의 천박한 이중성과 이기주의는 설이의 가차 없는 추궁 앞에 가면을 벗는다. 코칭이라는 이름의 조건적 사랑이 추하고 유해한 민낯을 드러낼수록 사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한 환상은 깨져 가는데…….

 

저자
심윤경
출판
한겨레출판사
출판일
2019.01.28

성장소설*하면 괜히 청소년 문학 같다.

대부분 청소년이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소설 :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에서 한 인물이 겪는 갈등을 통해 정신적 성장과 사회에 대한 각성 등의 과정을 담는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어린 아이나 소년이 주인공이며 자신의 고유한 존재가치나 세계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참고 :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그래서일까, '나는 다 자란 것 같은데 성장소설을 읽어야 할까? 다른 책을 읽지..' 하는 순간이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에게도 사랑받는 성장소설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의 에세이 작가 "심윤경"의 소설 "설이"를 읽었다.

 

심윤경 작가 : 1972년생 소설가로 2002년 성장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22년에는 20년 작가생활 처음으로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라는 에세이를 발표했다. 

 

밀리의 서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책으로, e-book을 선호하며 밀리의 서재 구독자로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기뻤다.

 

단순 재미여부만 묻자면 재밌는 책이다.

어려운 내용 없이 읽힌다. 하지만, 그 내용은 불편하기도 하다.

고아가 바라보는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이야기,

'똑똑하다'는 이유로 다양한 '서열'과 '빈부'를 경험한 주인공.

 

극단적인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주인공 설정을 인위적으로 가져간 것은 이해하나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아닌 상처가 될 것 같은 요소가 있었다.

 

이 학교에서는 웃음의 의미가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같은 것에 불과하다는 걸 일주일 만에 깨달았다. 웃음을 호의로 해석해서도, 웃는 사람을 믿어서도 안 된다.
시현이 주는 격렬한 일체감 속에서 우리 반은 완벽하게 하나가 되었다.
담임은 나를 보면 언제나 감동 일색이었는데, 지금은 말투가 조금 달랐다. 칭찬하는 말에 열기가 없었다. 약간 한심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벌써 이 정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면 훗날 이 아이들은 보통 사람들과 어떤 격차를 가지게 될까.

 

책의 내용 중에서 설이와 시현, 곽은태 선생, 원장님과 이모가 주로 나오지만

난 설이와 시현의 '담임' 인물이 참 독특하다 생각했다.

 

처음에는 설이와 인연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선의를 베푸는 사람이었다.

담임이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본인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인지 궁금했다.

정말 순수하게 설이를 응원하고, 순수하게 아이들의 상황을 몰랐던걸까.

아니면 마음과 상황이 상충되어 고민을 많이 한 인물이었을까.

혹은 정말 자신은 설이를 다해 온 마음 다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을까.

 

사실이라는 건 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같아. 그게 그렇게 무서우니까 세상엔 그렇게 많은 거짓말들이 있는 거겠지.

담임도 설이 혹은 자신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 아니었을까?

 

 

불편하기만 했다면, 책을 일찍 덮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땐 좋았다.

마지막 <작가의 말>은 어린 시절과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어른들은 사나운 아이들의 용기와 에너지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침묵하는 착한 아이들이 억누르고 있는 감정과 욕망들을 밝고 안전한 곳으로 꺼내주어야 한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아래는 책을 읽으며 좋았던 문장들 중 일부이다.

가장 미운 그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미안함까지 지고 살아야 한다면 나는 폭주하는 두 갈래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사랑과 욕심, 감사와 미움처럼 극과 극으로 다른 것이 그 경계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한 덩어리로 합쳐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여기까지, 여기까지라고 결심하고 흘려보내야 하는 일이었다.

주인공은 비록 초등학생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도 와닿았던 많은 문장들이 많았던 책 '설이'.

책을 읽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나만의 한줄평

 

"현실에는 '설이'같은 아이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나의 과거를 바라보는 내가 아주 조금 성장하지 않았을까?" 


톱클래스 2022년 12월호에 심윤경 작가와 나눈 인터뷰가 실렸다.

'설이'를 보다 심도 있게 알고 싶다면, '심윤경'작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070

 

심윤경 작가 ① - 톱클래스

심 윤 경1972년 서울 서촌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 다시 서촌에 돌아와 살고 있다.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얼마간 직장 생활을 했다. 1998년 소설을 쓰기

topclass.chosun.com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071

 

심윤경 작가② - 톱클래스

저는 빈틈이 아닌 곳에서는 아예 성장하지 못하는 체질인 것 같아요.무언가 작심하고 열공한다거나 취재 여행을 한다거나 할 때는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아요.오로지 완전히 느긋하게 방심한

topclas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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